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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6-16 23:12:45 (조회수: 825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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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름 |
admi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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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시민의 신문> 풍옥충 전총장과의 2002년 신년 대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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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시민의 신문> 풍옥충 전 총장과의 2002년 신년 대담
대담일시: 2001.12.29(토) 오전 10시-12시
대담장소: 요녕대학 본관 412호(전임 총장실)
대담자 : 풍옥충(馮玉忠, 펑 위쭝, 68세: 전 요녕대학 총장, 전국인민대표대회대표,
요녕성인민정부 참사)
: 우실하(사회학박사, 요녕대학 한국학과 교수)
*<풍옥충 전 총장 소개>
1933년 北京 平谷縣 출생. 1955년 중국인민대학 대학원 졸업이후 동북제경학원과 요녕대학 교수를 거쳐, 1983-1995 요녕대학 총장을 역임하였다. 한중수교 이전부터 한국을 오가며 각종 교류를 추진하였고, 남북한에 두루 지인들이 많은 지한파의 대표적인 인물 가운데 한 사람이다. 1994년에는 김준엽 전 고려대 총장과 협의하여 중국의 대학 가운데 최초로 요녕대학에 한국학과를 설립하기도 하였다. {我看韓國}(1996), {市場, 體制與文化}(1999) 등 10권의 저서와 100여 편의 논문이 있다. 1995년에 요녕대학 총장직에서 퇴직하였고, 현재는 전인대 대표, 요녕성 성정부 참사, 요녕성 동북아경제문화촉진회 이사장, 요녕성 경제학회 이사장 등으로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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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 풍 총장님 오랜만에 다시 뵙습니다. 이제 21세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우선 2008년 북경 올림픽의 유치를 축하드리고, 총장님께도 미리 새해인사를 드립니다.
풍: (한국말로) 안녕하세요 우 교수님. 새해에 복 많이 받으십시오.
우: 21세기를 기점으로 동북아가 세계 정치, 경제, 문화의 중심지로 부상할 것이라고 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총장님께서는 어떻게 보시는지요?
풍: 동북아 지역이 경제, 문화적으로 급속하게 발전하리라는 것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세계 정치, 경제, 문화의 중심이 될 것이라는 점은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봅니다. 중심이 되고 안 되고는 생각이나 의지만으로 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 생각을 실천하려는 구체적인 노력이 중요합니다.
우: 21세기는 '문화의 시대'라고들 말하면서도 미국일변도의 문화가 마치 보편적인 세계문화인 것처럼 맹위를 떨치고있습니다. 중국의 현재 문화상황을 어떻게 보시는지요?
풍: 중국의 문화 문제는 여러 형태의 문화가 섞여있어 대단히 복잡합니다. 우선, '조금만 돈을 벌면 더 이상 노력하지 않고 안주하는 성향(小富卽安)'의 농경문화의 유산이 아직은 많이 남아 있고, 여기에 '타성(楕性)에 젖고 독단적이며 관중심의' 사회주의 계획경제문화가 섞여있습니다. 개혁 개방이후에는 시장경제문화와 서구의 후기산업사회문화가 접목되어 대단히 복잡한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에 암암리에 밀려들어오는 서구의 대중문화는 그 경향이 향락주의적이고, 반 전통적이며, 반 이성적이라고 봅니다.
우: 제가 중국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느낀 점 가운데 하나는 한국과 마찬가지로 대부분의 학생들이 중국의 전통문화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고 서구문화를 따라가는 경향이 매우 강한 것 같아 한국의 뼈아픈 과거를 되풀이하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풍: 1989년 제가 한국을 처음 방문했을 때, 유교문화가 잘 보전되어 있는 것을 보고 굉장히 놀랐습니다. 그후로 중국인들에게 한국을 소개할 때마다 이야기를 할 정도지요.
사실 중국의 전통문화는 사회주의가 시작되면서 이미 파괴되기 시작했습니다. 그후 문화대혁명시기를 거치면서 완전히 파괴되었다고 봅니다. 사회주의 초기에는, 당시나 지금이나 도덕적 기준으로 받아들여지는 공자의 '己所不欲 勿施於人(자신이 원하지 않는 것은 다른 사람에게도 하지 말라)'는 것이나, '溫良恭儉讓(온순하고 양심적이고 공손하며 검소하고 양보하라)'는 것 마저도 봉건적 유산이라고 비판받을 정도였습니다.
중국도 예전에는 예의지국(禮義之國)이고 문명의 나라였지만, 유교적 전통이 파괴된 현재의 중국인들은 예의도 없고 노소도 없고 아래위도 없는 나라가 되어버렸습니다. 현재 중국의 입장에서는 전통문화를 '보전'하는 것이 아니라 '회복'하는 것이 더 급한 일입니다. 문화에 대해서 이야기하자면 저도 머리가 아플 정도입니다.
우: 화제를 돌려보겠습니다. 평양에서의 남북한 정상회담이후 순조롭게 진행되던 남북관계가 최근 난항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남북한을 모두 방문하신 총장님의 경험을 토대로 볼 때 남북이 통일로 나아가는 길에서, 어떤 점이 가장 시급히 해결되어야 할 점이라고 보시는지요?
풍: 남의 일에 이래라 저래라 할 수는 없는 입장이지만, 저는 한반도가 통일이 되기를 바라는 입장입니다. 남북한 정상회담과 이산가족 상봉장면을 보면서 저도 매우 기뻤습니다. 저는 남북한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남북한을 방문한 기회도 비슷하고 앞으로도 비슷하게 가지려고 노력하지요.
아시다시피 남한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은 편하지만, 북조선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은 좀 불편합니다. 체제가 다른 상황에서는 어떤 형태이든 인적교류와 왕래를 증대시켜야 합니다. 그리고 가능한 방면에서의 경제적 협력도 증대시켜나가야 할 것입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서로간의 오해가 풀리고 진심으로 신임할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질 것입니다.
우: 작년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상해를 방문해 중국의 개혁 개방의 결과를 눈으로 직접 보고 간 일이 있었습니다. (1) 북조선에서 중국과 같이 개혁 개방 정책을 과감하게 실현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십니까? (2) 중국 정부에서도 북조선의 과감한 개혁 개방 정책을 적극적으로 권하는 입장인지요?
풍: 북조선의 개혁 개방 방식은 단순히 중국을 모방하는 방식이 되지는 않을 것이며, 반드시 자신들만의 독자적인 길을 모색할 것입니다. 주체사상에 입각한 '조선식 개혁 개방'이라고 볼 수 있지요. 북조선의 개방은 작게나마 이미 나진·선봉지구와 금강산 관광 등을 통해서 시작되고 있다고 봅니다. 북조선의 개방이 어느 정도까지 진행될지는 국제정세에 따라 다를 것이라고 봅니다. 중국에서는 어떤 형태의 개혁 개방이든지 진행되어 북조선이 경제적으로 발전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우: 한국의 급속한 경제발전을 '한강의 기적'이라고들 불렀습니다. 이제 세계인들이 '황하의 기적'을 운운하는 날이 멀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늘어가는 '빈부의 격차'를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풍: '한강의 기적'은 이미 존재하는 것이지만, '황하의 기적'이 일어날 수 있을지 없을지 아직은 섣불리 이야기하기 힘듭니다. 아니 아직은 '기적'을 논의할 단계가 아니지요. 사실 개혁 개방이후 빈부의 격차가 커지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 격차가 앞으로 더 커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상황은 경제발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필요악이라고 볼 수 있지요.
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중국 정부가 제시하고 있는 '선부론(先富論)의 입장은 어떤 것입니까?
풍: 사실 개혁 개방 이전에도 빈부의 격차는 있었습니다. 당시에는 '있는 사람'과 '하나도 없는 사람'의 격차였다면, 현재의 빈부 격차는 '얼마나 더 있느냐'의 차이라고 볼 수 있지요. 이런 차이가 없다면 공통의 빈곤만이 있을 뿐이지요. 선부론의 입장은 중국이 경제적으로 더 발전해서 그 격차를 줄여나간다는 것이지요. 현재의 빈부격차는 발전과정의 필요악이기 때문에 당장 없애려고 해서는 안됩니다. 경제발전을 계속해 가면서 세금정책, 분배정책, 빈민구제정책 등을 통해서 점진적으로 해결해가야 합니다.
우: 총장님은 한중 수교이전에도 한국을 여러 차례 방문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한중 수교이후 10년이 되어갑니다. 지난 10년 동안 중국인들이 보는 한국에 대한 이미지는 어떤 변화가 있었다고 보십니까?
풍: 저는 세 시기로 나누어 볼 수 있다고 봅니다. 수교이전에는 대부분의 중국인들은 한국에 대해서 잘 알지 못했습니다. 단지 한국을 '미국의 괴뢰정부'라고 알고 있는 정도였지요. 수교 초기에 한국을 새롭게 알게되면서 모두가 놀랐습니다. '한강의 기적'에 대해서 알게되면서 '한국을 배우자'는 '한국열(韓國熱)'이 불기 시작했지요. IMF 위기를 일치단결해서 극복하는 모습을 보고 중국의 지식인들은 한결같이 한국이 빠르면 3년 안에 늦어도 5년 안에는 경제위기를 완전히 극복을 할 것이라고 낙관적으로 전망했었습니다. 그리고 현재는 새로운 '한류(韓流)'가 흐르기 시작했습니다. 2002년 월드컵을 계기로 한류는 더욱 거세게 몰아닥칠 것입니다.
중국인들의 한국인에 대한 인상은 매우 좋은 편입니다. 25년의 짧은 기간에 이룩한 '한강의 기적'뿐 아니라 위기를 극복하는 민족정신과 단결심 그리고 일본의 제국주의 부활을 견제하는 여러 노력들을 저는 매우 존경합니다. 중국이 이런 점들에 대해서는 배울 점이 많다고 봅니다.
우: 21세기의 중한 관계의 발전을 위해서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풍: 진정한 동북아 시대를 열어가기 위해서는 중한간의 인적교류, 기술방면의 교류, 경제적 교류, 문화적 교류를 더한층 확대해 나가야합니다.
우: 한국인들에게 특별히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시면 이 기회에 해주시지요.
풍: 2002년에는 중한 관계를 발전시킬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세 가지 있습니다. 하나는 중한수교 10주년이 되는 해라는 점이고, 두 번째는 부산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이고, 마지막으로는 중국이 처음 참가하는 월드컵 본선이 서울에서 열린다는 것입니다. 2002년에는 중한 역사상 최대의 인적교류, 문화교류가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2002년을 '중한교류의 해'로 만들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2002년을 계기로 한국도 찬란한 미래를 열어가기를 기원합니다.
우: 장시간 대담에 응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한중관계의 발전을 위해 많은 역할을 해주시기 바랍니다.
<풍옥충 전 총장 소개>
1933년 北京 平谷縣 출생. 1955년 중국인민대학 대학원 졸업이후 동북제경학원과 요녕대학 교수를 거쳐, 1983-1995 요녕대학 총장을 역임하였다. 한중수교 이전부터 한국을 오가며 각종 교류를 추진하였고, 남북한에 두루 지인들이 많은 지한파의 대표적인 인물 가운데 한 사람이다. 1994년에는 김준엽 전 고려대 총장과 협의하여 중국의 대학 가운데 최초로 요녕대학에 한국학과를 설립하기도 하였다. {我看韓國}(1996), {市場, 體制與文化}(1999) 등 10권의 저서와 100여 편의 논문이 있다. 1995년에 요녕대학 총장직에서 퇴직하였고, 현재는 전인대 대표, 요녕성 성정부 참사, 요녕성 동북아경제문화촉진회 이사장, 요녕성 경제학회 이사상 등으로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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