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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날 짜 |
2008-05-26 17:11:13 (조회수: 475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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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름 |
우실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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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목 |
우실하, " ‘산(山)’과 ‘물(水)’은 도대체 무슨 색인가? ", [미술세계] 2008년 5월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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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이 여러 장이어서 생략하였고, 원문 전체는 PDF파일로 올려 놓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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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세계] 2008년 5월호, <동양의 눈으로 동양 읽기 4>
‘산(山)’과 ‘물(水)’은 도대체 무슨 색인가?
우실하 (한국항공대 인문자연학부 교수)
1. 색에 대한 감각도 시대에 따라 다르다?
유아원을 다니면서 대한민국 사람들은 7칸으로 이미 나누어진 무지개를 칠하면서 무지개는 7색이라고 배운다. 무지개를 7색으로 인지하는 것은 개항기 이후의 일이고, 그 이전 2500년 동안 유교문화권인 동아시아 전체에서 음양오행론의 영향으로 ‘5색 찬란한 무지개’라는 표현을 관용적으로 사용할 정도로 무지개를 5색으로 인지했었다. 음양오행론이 뿌리 내리기 이전에는 북방 샤머니즘의 ‘3수 분화의 세계관’의 영향으로 무지개는 9색으로 인지했었다.
무지개 색뿐만이 아니라 ‘산(山)’ 과 ‘물(水)’의 색도 시대에 따라 다르게 인지했었다면 믿어질까?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할 것이다. 색맹이 아닌 다음에야 자연의 색을 느끼는 것이 어떻게 다르다는 말인가? 이번 호 부터는 미술과 관련된 이야기를 해 보기로 한다.
2. ‘산(山)’과 ‘물(水)’의 색
아래 <자료 1>과 같이 ‘산’과 ‘물’을 빈칸으로 두고 칠을 하라고 한다면 우리는 어떤 색을 칠할까? 아마도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산에는 초록색’을, ‘강에는 청색’을 칠할 것이다. 모르긴 몰라도 이렇게 칠을 하고나서도 당연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이런 색 감각은 정말 너무나 당연해서 의심의 여지가 없는 것일까?
‘초록색의 산’과 ‘청색의 강’을 한자어로 조합하면 ‘녹산청수(綠山靑水)’가 된다. 눈치가 빠른 사람은 이미 알아차렸겠지만, 이것은 전통사회의 각종 시어로 사용되던 ‘청산녹수(靑山綠水)’와는 정반대의 색 감각이다. 우리는 ‘청산녹수’라는 옛 시어를 지금도 반복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하고.......”, “청산리 벽계수야 수이 감을 자랑마라........” 등등 ‘청산’과 ‘녹수’를 읊은 시들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자주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청산녹수’라는 시어에 익숙한 사람들도, 빈칸에 산과 물의 색을 칠하라고 하면 ‘녹산청수’로 칠하는 것이 오늘날 한국인의 색 감각이다. 이런 모순에 대해서 한번쯤 의심도 할 만한데, 대부분은 의심하지 않고 모순을 그대로 지닌 채 아무런 문제도 없는 듯이 살아가고 있다.
그렇다면 산과 물은 도대체 무슨 색일까? 산과 물은 분명히 존재하는 대상물인데, 어떻게 이렇게 정 반대의 색으로 표현했던 것일까? 산과 물의 객관적이고 표준적인 색이 있기는 한 것일까?
첫째, 산의 색에 대해서 먼저 이야기를 해보자. 산이라는 것은 나무, 바위, 흙, 풀.... 등이 모두 복합된 그 무엇이다. 현대 한국인들이 산에다가 초록색을 칠하는 것은 산에 있는 나뭇잎이나 풀의 색일 뿐이다. 산이라는 복합체를 구성하는 여러 구성요소들 가운데 나무의 잎이라는 하나의 색을 산의 대표 색으로 삼는 것은 아무래도 무리가 있다. 특히 나뭇잎이 떨어지고 없는 겨울 산을 어떻게 초록색이라고 할 수 있는가?
산의 색을 초록색으로 삼는 것은 아무래도 설득력이 없다. 그렇다면 왜 옛 사람들은 산의 색을 청색으로 삼았던 것일까? 이것을 알아내면 ‘청산’의 비밀이 밝혀질 것이다.
우선 ‘山’이라는 한자의 형태에 주목을 해보자. 한자에서 ‘山’은 3개의 봉우리가 연접해 있는 덩치가 큰 것을 의미하는 상형문자이다. 봉우리가 봉긋하게 솟은 작은 것은 산이라고 부르지 않고 구(丘, 邱)라고 불렀다. 3개 정도의 봉우리가 연접해 있는 산의 모습은 멀리 떨어져야만 볼 수 있다.
너무 가까이 가면 ‘산’을 볼 수 없고, ‘숲’만 볼 수 있을 뿐이다. 그래서 우리는 ‘독서(讀書)’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 너무나 한 분야의 책만 읽는 사람은 “숲은 볼 수 있지만, 산을 볼 수 없다”고 이야기하고, 이것저것 다양한 분야의 책을 깊이 없이 훑어보는 사람은 “산을 볼 수는 있지만 숲을 볼 수 없다”고 이야기한다.
전체적인 모습을 바라볼 수 있을 정도의 거리에서 산을 보면 산은 분명히 ‘청색’으로 보인다. 빛의 산란작용으로 인해서 멀리 떨어진 산은 청색 혹은 회청색을 띄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산의 색’이다. 옛 사람들이 말하는 청산(靑山)이 바로 이런 것이다. 이런 ‘청산’은 멀리 산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어도 확인할 수 있다.
더 재미있는 것은 봄, 여름, 가을, 겨울 할 것 없이 모든 시기에 멀리 보이는 산은 모두 청색이라는 것이다. 심지어 흰 눈에 덮인 산도 멀리서 보면 회청색으로 보인다. 이것이 바로 청산의 개념이다.
둘째, 그렇다면 물의 색은 도대체 무엇일까? 순수한 물은 본래 색이 없다. 이런 까닭에 물을 어떤 색으로든 인지한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물 본래의 색’과는 전혀 상관없는 일이다. 그렇다면 청색이나 녹색으로 물의 색을 인지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물의 색을 청색으로 인지하는 것은 쪽빛 하늘이 비치는 것을 인지했기 때문이고, 녹색으로 인지하는 것은 푸른 녹음이 비치는 것을 인지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처럼 국토의 70%가 산이 나라에서 물을 바라보면 대부분 녹음이 우거진 숲이 비치기 때문에, 옛 사람들은 물의 색을 녹색으로 인지했던 것이다. 물론 넓은 들판을 흐르는 큰 강들은 분명 하늘이 비쳐서 청색으로 보였겠지만, 일상생활에서 보는 더 많은 경우에 녹색으로 보였기 때문에 물의 색의 대표색이 녹색이 된 것이다. 이것이 청산과 짝을 이루는 녹수의 의미인 것이다.
3. 지리적 환경에 따라 ‘산’과 ‘물’의 색감이 다르다.
산(山)은 구릉과는 다른 무엇이다. 구릉이 아닌 높은 산은 분명히 청색 혹은 회청색으로 보인다. 구릉과 초원지대가 대부분인 유럽 같은 지역에서는 조그마한 구릉도 산으로 대접받고, 이렇게 가까이 바라보는 구릉 같은 산은 잎이 무성한 상태에서 분명히 녹색으로 보인다. 그러나 산이 많은 지역에서는 산은 청색으로 인지되는 것이다 .
물은 본래 색이 없지만, 구릉과 초원지대가 대부분인 유럽 같은 지역에서는 대부분의 강과 물에는 하늘이 비치고 사람들은 물의 대표색을 청색으로 인지하였던 것이다. 하지만 산이 많은 지역에서는 물에 항상 녹음이 우거진 나무그림자가 드리워지는 까닭에 물의 대표색은 초록색이 되었던 것이다.
필자는 ‘청산녹수(靑山綠水)’라는 전통적인 산과 물에 대한 색 감각이 ‘녹산청수(綠山靑水)’로 180° 바뀐 것은 개항기 이후의 일이라고 본다. 개항기 이후 산지가 70%인 한반도의 전통적인 산과 물에 대한 색 감각이 구릉과 초원지대의 색 감각에 기초한 서구적인 색 감각으로 바뀐 것이라고 본다.
무지개도 그렇고 산과 물도 그렇고, 제발 빈칸을 그려놓고 고정관념에 기초한 색을 칠하게 하는 어리석은 짓이 없어졌으면 좋겠다. 아이들의 눈으로 보고 그들의 색 감각과 상상력을 길러주는 그런 선생님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자료 1> 한국인들의 산과 물에 대한 색감의 변화
* 한국인은 아래의 빈칸에 어떤 색을 칠했을까?
1-1. 옛 한국인들의 색 감각 1-2. 현대 한국인들의 색 감각
: ‘청산녹수(靑山綠水)’ : 녹산청수(綠山靑水)
<자료 2> 산의 색
2-1. 일본 2007 필자사진
* 가까이 보이는 구릉은 초록색이지만 멀리 보이는 산은 청색을 띄고 있다. 초록색은 산을 구성하는 일부분인 나뭇잎이나 풀의 색일 뿐이다. 산의 모습을 바라볼 수 있는 거리에서 보면 산은 분명히 청색 혹은 회청색으로 보인다. 이것이 산의 색이다.
2-2. 알프스산 2006 필자 사진
* 멀리 형체를 알아 볼 수 있을 정도의 거리에서 바라본 산은 계절에 상관없이 청색을 띄며, 겨울 설산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자료 3> 물의 색
3-1. 바이칼 호수 2005 필자 사진
* 멀리 청색의 산이 보이고 가까운 곳의 물은 녹음이 비쳐서 녹색을 띄고 있고, 바이칼호 한 가운데 쪽은 하늘색이 비치고 있다.
3-2. 바이칼 호수 2005 필자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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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실하(禹實夏)
. 연세대 사회학과 학사, 석사, 박사
. 동양사회사상, 문화이론한국, 문화이론, 한국문화사
. 연세대, 강원대, 항공대, 홍익대, 성공회대 등 강사 역임
. <시민의 신문> 편집위원 역임
. 중화인민공화국 요녕대학교 한국학과 교수 역임
. 현재 한국항공대학교 인문자연학부 교수
. Home page: www.gaonnuri.co.kr E-mail: woosilha@kau.ac.kr
<Book>
1. 우실하, 『고조선의 강역과 요하문명』(서울: 동아지도, 2007).
2. 우실하, 『전통문화는 항상 그대로 일까?』(서울: 웅진씽크빅, 2007).
3. 우실하, 『동북공정 너머 요하문명론』(서울: 소나무, 2007).
4. 우실하, 『동북공정의 선행 작업과 중국의 국가 전략』(서울: 시민의신문, 울력, 2004).
5. 우실하, 『전통 음악의 구조와 원리: 삼태극의 춤, 동양 음악』(서울: 소나무, 2004).
6. 우실하, 『한국 전통 문화의 구성 원리』(서울: 소나무, 1998).
7. 우실하, 『오리엔탈리즘의 해체와 우리 문화 바로 읽기』(서울: 소나무, 1997).
8. 우실하·이형석, 『최초의 국가 고조선의 강역』(서울: 동아지도, 2007).
9. 공 저, 『고대에도 한류가 있었다』(서울: 지식산업사, 2007).
10. 공 저, 『유교적 사회질서와 문화, 민주주의』(광주: 전남대출판부, 2006).
11. 공 저, 『21세기 동북아 협력을 위한 새로운 패러다임의 모색』(서울:
국제평화지도자연합, 2005).
12. 공 저, 『동양을 위하여 동양을 넘어서』(서울: 예문서원, 2000).
13. 공 저, 『21세기를 위한 한국 환경보고서』(서울: 신광문화사, 19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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