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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날 짜 |
2002-06-16 23:11:41 (조회수: 813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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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름 |
admi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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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목 |
15. <시민의 신문>:한국인이 '봉'이 된 고구려 수도 집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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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의 신문> 15
한국인이 '봉'이 된 고구려의 수도 집안(集安).
우실하(사회학박사. 요녕대학 한국학과 교수)
지난 10월 26일부터 28일까지 고구려의 옛 수도 집안에 다녀왔다. 지난해 다녀온 곳이라서 익숙한 곳이지만, 최근에 벽화 도굴 사건이 있었기 때문에 여러모로 분위기가 좋지 않을 것이라는 짐작은 하고 출발한 터였다.
고구려는 기원후 3년에 졸본(卒本: 지금 길림성 桓仁으로 유명한 오녀산성이 있음)에서 집안(集安: 지금 길림성 集安)으로 수도를 옮긴다. 집안 지역에는 국내성, 환도산성을 비롯하여 수많은 고구려 무덤군들이 남아 있다. 그래서 이곳을 찾는 외국인들은 대부분이 한국인들이고 중국인 관광객은 거의 없는 곳이다.
집안 이곳 저곳을 돌아보면서, 이곳에서 한국인들이 완전히 '봉'이 되어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집안 지역에서는 중국의 다른 어느 관광지에도 없는 이상한(?) 내규가 유적지 보호라는 명목으로 적용된다는 점을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잘 모르고 있다.
첫째, 집안 지역에서는 4명 이상의 외국인들이 여행을 하면 반드시 집안의 여행사를 통하거나 박물관 직원을 대동해야만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벌금이 인민폐 5000원(우리 돈 80만원 가량)이다. 작년에 한국의 대학교수가 사람들을 인솔해 유적지를 안내하다가 벌금을 물고 갔다는 소문을 들을 수 있었다.
둘째, 많은 한국 여행객들은 비디오를 가지고 다니는데 고구려 유적지에서 비디오를 찍으도 벌금이 인민폐 5000원이다.
셋째, 유적지에서 단체사진이외의 사진이 금지되어 있으며, 유적의 세부적인 모습을 촬영하는 행위도 벌금이 인민폐 5000원이다.
넷째, 필자가 중국에 있으면서 여러 곳을 둘러보았지만 집안만큼 각종 유적지의 입장료가 비싼 곳은 없다. 필자가 있는 심양의 요녕성박물관 입장료는 8원이지만 보잘것없는 집안 박물관의 입장료는 25원이다. 물론 대부분의 관객은 한국인들이다. 이외에도 산중턱의 환도산성(50원), 밖에서도 뻔히 들여다보이는 광개토대왕릉(50원), 장군총(25원), 5호분(25원), 광개토대왕비(25원) 등 모두가 돈이다. 심지어 북한 만포시와 통하는 철교를 올라가 보는데도 30원을 내야한다. 하루 종일 구경해도 시간이 모자라는 자금성의 입장료가 80원이라는 것에 비교해서도 나무나 터무니없는 가격이다.
다섯째, 5000원의 벌금 가운데 신고자에서 2000원을 보상비로 주기 때문에 전 시민이 감시자가 되어 있다는 점이다. 유적지 근처의 중국인들은 한국인 여행객들을 숨어서 지켜보다가 앞서 지적한 여러 형태의 위반 사실을 보면 바로 신고한다는 것이다. 보통의 중국인 월급이 인민폐 500원 내외라는 사실을 생각하면 엄청난 금액이 보상금으로 지급되는 것이다. 고구려 벽화도굴 사건도 수사한지 2개월 동안이나 아무런 성과가 없다가 10만원의 현상금을 걸고 나서 이틀만에 범인을 잡았다고 한다. 그러니 2000원의 보상금은 모든 집안 사람들을 여행객들의 감시자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물론 이런 내규와 벌금에 대한 안내는 어디서도 찾아 볼 수가 없다. 어떤 분들은 화가 나서 유적지 관광을 포기하고 가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집안 사람들은 "한국인이 집안의 고구려 유적지를 둘러보려면 5000원은 별도로 준비하고 다녀야한다"고 농담을 한다. 필자는 이런 집안의 상황이 외교적 협상대상이 되는지는 잘 모른다. 하지만 한국인들이 많이 찾는 여름 휴가철 기간만이라도 이유도 모르고 '봉'이 되는 한국인들을 대변할 영사 한 명쯤은 파견되어야 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집안에 머무는 동안 영 기분이 좋지 않았다. 조상의 무덤이 있는 선산을 이웃 사람에게 넘긴 것도 가슴이 아픈 사람에게 조상의 묘를 찾을 때마다 돈을 받는 마음씨 나쁜 이웃을 만난 기분이랄까? '집안'(集安)을 우리 '집(家) 안'처럼 편안하게 다녀올 날은 언제나 올까?
(woosilha@yahoo.co.kr www.gaonnur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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