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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실하의 논문 및 발표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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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짜    2002-07-03 21:15:53  (조회수: 4547)
이 름    ad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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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21세기와 민족 문화: 문화적 동질화와 "세계 문화"의 허구성(1998)



"21세기와 민족 문화: 문화적 동질화와 '세계 문화'의 허구성"
                                                         (경산 경일대신문 연재1, 1998. 8. 31).

                우실하 (사회학박사, 연세대, 홍익대, 성공회대, 한국예술종합학교 강사)

1.
   한국을 포함한 제3 세계의 문화가 서구의 문화 제국주의에 의해서 왜곡되고 종속되어 있다는 점은 다시 거론할 필요가 없이 자명하다. 세계적 다국적 기업의 문화 상품(영화, TV 프로그램, 음악, 광고....)들이 ‘문화적 동시화(혹은 동질화)’의 메카니즘을 통해 중심국의 문화를 주변국에서 재생산하고, 중심국의 문화가 주변국의 필요와 선택에 의해서가 아니라 중심국의 필요에 의해서 강요되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서구 합리성과 과학성을 가장한 동서양의 ‘차별 이분법’에 의해서 주변국의 비합리적(?)이고 비과학적인(?) 문화와 그 산물들을 대체해 가고 있는 것이 현재의 세계적인 문화의 추세이다.
  하메린크(C. J. Hamelink)는 ‘문화적 동시화’를 “중심국의 문화 산물의 특정 유형이 설득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전달되는 과정으로, 일시에 대량으로 위성 국가에 동시적으로 유통되는 것이다. 곧, 중심 국가가 제시하는 모델이 수용 국가에서 동시화되는 것을 말한다.”고 본다. 이로 인해서 “위성 국가의 독창적 문화와 사회적 창의성은 혼란을 겪게 되거나 완전히 파괴되고 만다.”는 것이다. 그의 말처럼 “세계의 문화적 다양성은 역사상 전례가 없는 ‘문화적 동시화’라는 과정에 의해 사라져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문화에는 국경이 없다’거나 ‘지구는 한 가족’ 또는 ‘세계는 하나’라고 강변하는 것은 기존의 종속적이고 왜곡된 현실 문화를 재생산하고 서구의 문화적 헤게모니를 재생산하는 이데올로기일 뿐이다.
   진정한 의미의 민족주의는 국수주의와는 다르고, 참된 세계화는 세계를 하나의 문화로 통질화하는 것과는 다르다. 우리가 지향해야할 미래의 세계상은 각기 다른 문화가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고 조화롭게 공존하는 것이며, 세계 문화가 강력한 문화 중심에 동화되어 하나가 되는 ‘유토피아’(Utopia)를 갈구하는 것이 아니라, 이질적인 것이 공존하면서 살아가는 ‘헤테로피아’(Heteropia)를 추구하는 것이다.

2.
  그러나 헤테로피아를 추구한다는 것이 단지 한 나라에 세계의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인류가 추구하는 최종의 이상형일지는 모르지만, 현실에서는 몇 가지 되돌아보아야 할 점이 있다. 이런 점들이 검토되지 않은 상태에서 단지 다양한 문화의 공존 운운하는 것 또한 종속된 문화 현실을 재생산하는 이데올로기이며, 공허한 세계주의에 머룰 수밖에 없다.
   첫째는, 우선적으로 왜곡되고 종속된 민족 문화, 전통 문화에 대한 정당한 평가가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중심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제3 세계의 경우에, (1) 자신들의 오랜 문화 전통이 이미 단절되었거나, (2) 존재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구체의 삶에서 생동하는 의미를 상실한 채 박제화된 상태로 머물거나, (3) 서구의 가치와 세계관에 의해서 비과학적이고 비합리적인 ‘미신’이나 근대화를 막는 ‘봉건적인 유산’으로 낙인찍힌 상태로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둘째는, 국가별 개별 문화를 이해함에 있어서 그 문화를 창출한 민족의 세계관우주관자연관을 전제로 이해하여야 한다는 점이다. 이제까지의 세계 문화사는 서구의 시각으로  제3 세계 문화를 평가하고 재단해 온 ‘문화적 마녀사냥’이자 지적 오만과 편견의 역사였다. 이러한 시각은 문화 제국주의자나 일반 서구인들의 시각일 뿐 아니라, 서구의 가치관과 세계관에 입각한 교육을 받고 성장한 이 땅의 대부분의 지식인과 일반인들에게 보편화된 시각이다.
   셋째는, 문화는 상호 침투되고 전파되면서 변화하는 것이라는 이론 수준의 원칙론만으로는 제3세계가 지닌 종속되고 왜곡된 문화 상황을 읽어낼 수가 없다는 점이다. 문화는 본래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것이지만 그 변화가 그 문화를 향유하는 집단의 ‘자율성’과 ‘책임성’에 의하지 않은 것이라면 ‘문화의 상호 침투’라는 이론 수준의 원칙은 중심국의 이익을 재생산하는 도구일 뿐이다.
   문화는 본질에 있어서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고 변화하는 것이지만, 그 변화가 자율성과 책임성 아래에서 선택될 때에 정당성을 부여받을 수 있다. 자율성이란 “문화적 선택은 자율적인 방법으로, 곧 부당한 외부의 개입이나 압력이 없는 상태에서 내려져야 한다”는 것이며, 책임성이란 “문화적 선택은 공개적인 방법으로, 곧 그것에 의해 영향받을 사람들에게 평가될 수 있고, 부적합한 것으로 판명되면 되돌릴 수 있는 방법으로 내려져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한국을 포함한 제3세계는 서구의 식민지 지배를 겪으면서 자율성과 책임성이 배제된 채 형성된 왜곡되고 종속된 문화에 대해, 주체성 있는 비판과 재구성을 위한 시간의 여유도 없이 국제 문화와 정보의 질서와 헤게모니에 편입되었다. 이런 까닭에 과거의 왜곡되고 종속된 모습이 계속해서 재생산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단순히 다양한 문화가 상호 침투하여 개별 국가마다  다양한 문화를 공유하는 ‘세계 문화’의 개념은 이론적 수준에서의 허구이고 이데올로기일 뿐이다.  
  
4.
   이론적으로 완벽하게 서로의 문화가 침투 전파된다고 하더라도, 이것은 또 다른 의미에서 문화의 동질화를 낳게 된다. 이것은 이론상의 완벽한 목표일지는 몰라도 실현 가능성이 없다. 이런 의미에서 퍼거슨(Maryorie Ferguson)은, 완벽한 헤테로피아로서의 세계 문화란 “규범적인 목표로서 하나의 신화일 뿐”이라고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한 문화 내에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이상향은, 그것이 글자 그대로 이론처럼 완벽하게 실현되기 전에는, 여러 나라의 문화들을 계층에 따라서 혹은 계급에 따라서 분할하는 바람직하지  않은 모습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실제로 제3 세계의 문화 현실은, 지배층들은 중심국의 문화를 신분의 상징처럼 소비하고, 원주민이나 피지배층들은 자신의 고유 문화를 고집스럽게 지키고 있는 이분화 현상이 공통으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필자의 입장에서는 각각의 민족 문화가 자신의 독자성과 정체성을 지니면서 타문화의 장점들을 수용하여 독자적이고 창조적인 문화를 향유하는 것이 가장 실현 가능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이런 관점에서는 문화적 ‘중심국’이나 ‘주변국’이라는 것이 더 이상 존재하지도 존재할 필요도 없다.
   이러한 바람직한 문화의 미래상을 만들어 가는 데 있어서 가장 큰 문제점은, 우리는 자신의 문화를 구성하고 있는 원리나 그 전제가 되는 세계관자연관우주관에 대해서 거의 무지에 가까울 정도로 모르고 있다는 점이다. 그나마 우리 문화에 대해서 지니고 있는 지식들도 서구의 잣대로 재단되고 왜곡된 것들이 대부분이다. 다음호에서는 민족 문화, 전통 문화를 보는 인식틀의 문제점에 대해서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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