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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실하의 논문 및 발표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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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짜    2002-07-03 21:15:33  (조회수: 3829)
이 름    ad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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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2수 분화의 세계관과 3수 분화의 세계관(1998)



"2수 분화의 세계관과 3수 분화의 세계관" (대구교대신문, 1998.9.1)    

                                                                         우실하
1. 인식 전환의 필요성  

  인간의 인식은 엄밀한 의미에서 완전할 수도 객관성을 지닌 것일 수도 없다. 인간은 어떤 현상이나 사물을 바라볼 때 이미 지니고 있는 관념에 의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인식틀(선입견)은 흔히 색안경으로 불리고, 완전한 인식을 방해하는 제거되어야 하는 것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이러한 인식틀(선입견)이 없이는 아무런 인식도 이루어질 수 없다는 점에서 보면, 그것이 어떤 형태의 인식틀이든 필요악임에는 틀림없다.
  해석학에서는 어떠한 이해도 그 인식 대상에 대한 전이해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이를 ‘해석학의 원리’(Hermeneutic Principle)라고 부른다. 이 원리에따른면 인간의 인식은 ‘이해의 전구조’(Fore-structure of Understanding) 내에서 이루어 질 수밖에 없다.
  이제까지 문화사의 비극은 우리 문화의 텍스트들을 보편성으로 가장된 서구의 인식틀을 통해서 해독해 온 것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종속된 문화 상황을 해체ㆍ극복하는 가장 시급한 과제는 자신의 문화 텍스트를 그것이 만들어지고 형성되어온 문법으로서의 사상과 문화의 맥락에서 이해하는 인식 전환이라고 본다.

2. ‘동도동기론’(東道東器論)의 의미

  동양의 문화적 텍스트들을 동양의 시각에서 해독하는 것을 필자는 ‘동도동기론’이라 부른다. 곧, 동양 정신의 사유 체계 곧 ‘동도’(東道)의 시각에서 동양의 문화 텍스트들 곧 ‘동기’(東器)를 해독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동도동기론’이라는 개념은 서양 문화와 직접 접하게 된 개항기에 중국한국일본 등에서 일반적으로 사용되던 중체서용론(中體西用論: 중국)동도서기론(東道西器論: 한국) 화혼양재론(和魂洋才論: 일본) 등의 언어 구성의 틀을 빌어 온 것이다. 그러나 이런 개념들은 정신 세계에 있어서는 동양이 더 우수하기 때문에 도(道)ㆍ체(體)ㆍ혼(魂) 등 주체로 삼고(=東道ㆍ中體ㆍ和魂), 물질 문명에서는 서양이 더 우수하므로 기(器)ㆍ용(用)ㆍ재(才) 등으로 삼아 단순한 기물로만 이용하자(=西器ㆍ西用ㆍ洋才)는 가치 판단이 들어가 있었다.  
  필자는 이러한 개념 사용법에서 가치 판단을 모두 제거하고, 문화 텍스트를 기(器)로 그 텍스트를 구성하는 원리ㆍ문법을 도(道)라고 부른다. 곧 ‘동도동기론’이란 동양 문화의 텍스트를 동양의 시각ㆍ사유 체계를 통해서 해독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에드워드 사이드의 오리엔탈리즘은 동양의 문화 텍스트를 서양의 시각ㆍ사유 체계를 통해서 해독하는 서도동기론(西道東器論)에 빗대어 볼 수 있다.  
  모든 유형ㆍ무형의 문화 텍스트(=器)는 그것이 형성되는 토대로서의 구성 원리ㆍ문법ㆍ사유 체계(=道)가 내재되어 있다. 이런 점을 인정한다면, 문화 산물(=器)에서 그것이 만들어지고 변형되어 온 구성 원리나 사상적 토대(=道)를 분리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따라서 하나의 문화 텍스트를 그것이 형성된 문법ㆍ사유 체계와는 전혀 다른 문법ㆍ사유 체계를 통해서 해독하는 ‘동도서기론’(東道西器論)이나 ‘서도동기론’(西道東器論)은  문화 텍스트를 해독하는 올바른 시각이라고 볼 수 없다.
  그러므로 동양과 서양의 문화 텍스트를 그것이 만들어진 문법ㆍ사유 체계를 통해서 해독하는 것은 ‘동도동기론’과 ‘서도서기론’이외에는 모두 부당한 인식틀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부당한 인식틀이 문화의 헤게모니를 장악하면서 마치 보편의 시각이나 관점이라고 강변하더라도, 그것은 다른 문화를 읽는 부당한 인식틀일 뿐이다.

3. 동ㆍ서 문화의 참된 ‘인식 지평’과 ‘지평 혼융’을 위하여

  동도동기론은 동양의 문화를 해석하는 정당한 인식틀로서 하나의 ‘인식 지평’을 형성하고, 서도서기론은 서양의 문화를 해석하는 정당한 인식틀로서 또 다른 하나의 ‘인식 지평’이다. 하나의 인식 지평에서 다른 지평을 바라보고 평가하는 동도서기론(=옥시덴탈리즘)이나 서도동기론(=오리엔탈리즘)은 참된 의미에서 인식의 지평을 넓혀 가는 ‘지평 혼융’(Fusion of Horizons)이랄 수 없다.
  가다머에 의하면, “자기 자신의 특이성과 대상을 보다 높은 일반성에로 고양시키는 것”이 지평 혼융이다. 동서양의 서로 다른 문화를 그들의 세계관과 구성 원리에 입각해서 이해하고 난 뒤에야 ‘더 높은 일반성에로의 고양’인 참된 ‘지평 혼융’이 일어날 수 있다.
  특히 우리는 문화를 ‘정신 문화’와 ‘물질 문화’로 나누는 그럴듯한 이분법의 함정을 명확하게 볼 수 있어야 한다. 모든 문화의 산물들은 그것이 만들어지고 구성되는 원리와 세계관이 내재되어 있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이제까지 우리 문화사의 왜곡과 혼란은, (1) 동ㆍ서양에 대한 차별적 이분법과, (2) 문화를 정신 문화와 물질 문화로 나누는 또 다는 이분법이 결합된 사고 방식의 산물이라고 볼 수 있다.

4. 전통 사유 체계의 문법

  우리는 “각 문하권 안에서 실제로 사용되는 기본적인 논리의 규칙들은, 그것이 형식화된 것이든 아니든, 그 문화에 의존하지 않고서는 이해될 수 없다. 논리의 규칙들은 각 문화권 안에서 고유하게 추구되는 합리성의 가장 이상화된 부분으로 이해되어야 하는 것이다”는 박동환의 지적을 기억해야 한다.
  한국의 음악ㆍ미술ㆍ건축ㆍ도자기ㆍ한글 등 거의 모든 유형ㆍ무형의 문화적 산물들을 형성하는 가장 기초 토대가 되는 세계관의 구성 요소는 (1) 북방 샤마니즘과 연결되는 삼재론(三才論), (2) 남방 농경 문화의 산물인 역사상(易思想: 나중에 음양론과 쉽게 습합됨), (3) 산동 반도와 요동 반도를 잇는 발해만 인근에서 새롭게 발생한 비주문화(非周文化)변방해안문화(邊方海岸文化)의 산물인 음양오행론(陰陽五行論)으로 대별할 수 있다.
  동양적 사유체계의 토대를 이루고 있는 음양론ㆍ역사상ㆍ음양오행론ㆍ삼재론 등은 늦어도 2000년 전부터 우리의 문화를 구성해온 문법이자 세계관의 구성 요소들이다. 이러한 것들이 진리인가 미신인가 하는 점은 별개의 문제이다. 중요한 것은 그것이 우리의 전통 문화를 해독하는 코드이고 이 코드 없이는 우리 문화의 텍스트를 제대로 해독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상 요소들을 공유하고 있으면서도 한국ㆍ 중국ㆍ일본 등은 각기 독특한 문화를 지니고 있다. 필자는 중국이나 일본 등과 구별되는 한국 문화의 특성을 낳는 문법을 ‘한국 전통 문화의 구성 원리’라고 본다. 그리고 삼재론이 음양론과 오행론을 종속ㆍ통제하고 있는 것을 의미하는 ‘삼재론 중심의 음양오행론’을 ‘한국 전통 문화의 구성 원리’로 보고 있다.  
   예를들어 훈민정음의 경우 (1) 자음은 철저하게 음양오행론을 토대로해서 만들어 졌고, (2) 모음은 삼재론(三才論)에 터한 (天), ㅡ(地), ㅣ(人) 3개의 모음을 하도(河圖)의 원리에 따라 돌려서 ㅗ, ㅏ, ㅜ, ㅓ, ㅛ, ㅑ, ㅠ, ㅕ의 순서로 창제하였으며, (3) 하나의 낱글자를 이루는 초성중성종성이 천(天)지(地)인(人)이 결합된 구조로 되어있다. 곧 (1) 하나의 낱글자를 삼재론에 입각해서 초성ㆍ중성ㆍ종성의 결합 구조로 놓고, (2) 초성과 종성은 음양오행론에 입각해서 글자를 만들고, (3) 중성은 삼재론에 입각해서 하도(河圖)의 원리에 따라 만들며, (4) 낱글자의 조합 논리에서도 천지인 가운데 인(人)에 해당하는 중성 곧 모음이 주된 역할을 하게 하였다.
  이러한 훈민정음의 제자 원리(制字原理)를 논리적으로 설명하고 교육시켰다면, 우리들의 머리 속에 ‘한글은 이 세상에서 가장 과학적이고 논리적’이라는 것이 단지 애국심을 고취하기 위한 위정자들의 구호로 여겨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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